[백종환의 오프더 레코드] 인천은 더 이상 봉이 아니다
편집국장
2016년 06월 02일 00:05 목요일
국민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 감축 문제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해가 심한 수도권 지역은 더 그렇다. 인천시는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총 469억원을 미세먼지 저감 예산으로 쓸 계획이다. 경기도는 미세먼지가 많이 생겨나는 직화구이 음식점(300㎡ 이상)에 오염방지 시설 설치비
50%를 지원키로 했다. 대기 오염원은 공장,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장 날림먼지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유차량이 엉뚱하게 화살을 맞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수도권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중에서 자동차 비중은 13.6%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부는 경유값 인상이나 환경부담금 부과 등의 수단으로 경유차량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는 인천·경기 경유버스 운행을 막겠다고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현재 인천·경기지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경유버스는 1700대 선이다. 이들을 CNG버스로 교체하려면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든다. 급한대로 매연 저감장치를 부착하는데도 220억원이 든다. 서울시는 이미 경유버스 7500대를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해 느긋한 상태다.인천지역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단체 글로벌에코넷은 "서울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쓰레기 처리장이 모두 인천에 있다. 경유버스 운행을 막는다면 전기공급과 쓰레기 매립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흥화력발전과 중·남·서부발전, 포스코에너지 등 인천지역 5개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의 60%가 서울·경기지역으로 공급된다.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하는 폐기물의 절반 가량(48~49%)이 서울시에서 들어오는 쓰레기다. 인천시도 "서울시가 인천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경솔한 처사"라며 공개적으로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서울시의 이기적인 행정이 수도권매립지 연장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환경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4자 협의체를 통해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 방침을 결정했다.
그동안 분진과 악취 고통에 시달려 온 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아직도 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영구 사용 가능성이 의심되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협의를 즉각 폐기하라"는 입장이다. 이런 마당에 '나만 살겠다'고 경유차량 운행 제한 카드를 들고나온 서울시의 심보가 고약하다. 서울시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슬쩍 발뺌하고 있지만, 속내는 확인된 셈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서울시의 자충수에 인천시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인천만 매번 당할 수는 없다.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