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유예기간을 거쳐 경유버스가 서울시내로 진입하는 것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통행 제한 대상은 서울로 진입하는 인천과 경기 버스로, 인천은 63대가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대기오염 방지 차원에서 지난 2014년부터 서울에서 운행 중인 모든 버스를 CNG(압축천연가스) 차량으로 전환했다. 반면 인천과 경기에서 서울에 들어가는 버스는 경유를 사용하고 있다.
즉, 인천 버스가 서울에 가려면 경유 차량 63대를 CNG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버스 한 대당 교체비용이 약 1억19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75억 원이 있어야 한다. 경기 버스까지 포함하면 1700여 대로 2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10년 기준 수도권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중 자동차 매연이 차지하는 비율은 13.6%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부는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고, 경유 값 인상이나 환경부담금 부과로 미세먼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한 발 물러섰다.
서울시 일방적 통보에, 인천시 강한 유감 표명
그런데 정부에 이어서 서울시가 인천시·경기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경유버스를 퇴출하겠다고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일방적 행보에 인천시는 할 말을 잃었다.
인천시는 지난달 29일 '서울시의 경유버스 진입 제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시는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인천에서 생산하고, 서울 쓰레기는 인천에 매립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달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서울의 생활폐기물은 1만 3896톤으로 인천(6848톤)의 두 배에 달한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인천에 매립하면서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천 서구 주민들은 날마다 악취 등에 시달려야한다.
2014년 기준 남동발전(영흥화력발전소, 유연탄)· 중부발전(인천복합화력발전소, LNG)·
남부발전(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LNG)·
서부발전(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LNG)·
포스코에너지(인천LNG복합발전소, LNG) 등,
인천지역 화력발전소 5곳에서 생산한 전기 발전량은 7만 3425GWh(시간 당 기가 와트)다.
이 가운데 인천이 소비한 전력은 2만 2578GWh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서울과 경기에서 쓰고 있다.
인천시민들은 가장 적게 쓰면서도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미세먼지를 감내하고 살아야한다.
이뿐이 아니다. 인천시와 연수구는 인천LNG인수기지(송도 소재) 증설 논란으로 행정심판까지 가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재 10만㎘급 탱크 10기, 14만㎘급 탱크 2기, 20만㎘급 탱크 8기가 운영 중인데, 정부가 수도권 공급을 이유로 20만㎘급 탱크 3기를 증설하겠다고 하면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LNG생산기지가 인천과 서울·경기에 송출하는 LNG의 양은 2013년 기준 연간 각각 881만 6000톤(62.7%)과 525만 5000톤(37.7%)이다. 그리고 인천에 송출하는 LNG의 86%는 발전소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인천시민이 사용하는 양은 8.8%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듯 화력발전소와 쓰레기매립지, LNG인수기지 등 각종 위험시설과 혐오시설, 기피시설이 인천에 집중돼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국책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영흥화력 7·8호기 증설, 쓰레기매립지 사용 연장, LNG인수기지 증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서 발생한 쓰레기 서울서 해결해야"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줄인다며 인천 경유버스의 진입을 제한하겠다고 하자, 인천시와 여야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로 "서울이 쓰는 에너지와 배출한 쓰레기를 인천에 떠넘기지 말고 알아서 해결하라"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글로벌에코넷과 인천환경운동연합 서구지회 등, 시민사회단체 10개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는 경유버스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인천지역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최대 수혜자인데도 인천시민을 무시하고 있다"며,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에 관한 4자 합의를 파기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20여년 동안 인천 서구 주민들은 쓰레기 운송과 매립으로 인한 악취와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시와 서울시·경기도·환경부가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기로 한 합의를 즉각 폐기해야한다"고 한 뒤, "수도권매립지 쓰레기 운송차량 운행을 즉각 중단하고, 서울시와 경기도는 발생자 처리 원칙에 따라 자체적 대체매립지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여야, 한목소리로 "서울시 사과와 협의" 요구
서울시는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버스 차고지에 CNG 충전소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경유버스를 퇴출하고 있다지만, 인천시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 단계적으로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가 타 지역의 경유버스 출입을 막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인천시는 물론 여야 정당이 모두 발끈한 것이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지난 1일 "미세먼지가 서울시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민의 건강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 관련한 지자체와 소통하고 협의해야했다"며 "시민의 발인 경유버스를 지목해 서울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기적 대책에 황당할 따름이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또 "인천은 국제항과 공항을 끼고 있어 서울을 비롯한 국지의 경유버스와 화물차가 몰려들고, 인천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약 70%가 서울과 경기에 공급되고 있으며, 서울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한 달 평균 운송차 1036대가 인천에 드나들고 있다"며 "이번 일로 지역 간 감정의 골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과하고 타 지자체와 협력해 사업추진 계획을 보완해야한다. 인천시 또한 신속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또한 2일 성명을 발표해 "인천시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검토한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신이자 인천시민의 소외감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한 뒤,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직접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인천시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경유차에 세금과 환경부담금을 부가하는 방안을 내놓아 국민들로부터 큰 원성을 받았는데, 서울시의 인천 경유버스 진입 제한 조치 검토 또한 대동소이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서울시가 인천 경유버스 서울 진입 제한 방안을 철회하고, 인천시와 협의 테이블을 구성해 지혜로운 방안을 내놓기를 요구한다"면서 "인천시 또한 시민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현재 운행 중인 경유버스를 신속하게 CNG 차량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